서울 주택 노후도
노후도 읽기운영자 칼럼

노후도가 높은 동네는 정말 '낡은 동네'일까?

2026.10.29글 · 서울 주택 노후도 운영자

노후도는 동네의 성적표가 아니라 달력에 가까워요. 노원·도봉·종로·강동과 서울 전체 통계로 읽어 봤어요.

들어가며

노후도 지도를 처음 만들었을 때, 가장 진한 색으로 칠해진 곳은 노원구였어요. 집 10채 중 6채가 서른 살을 넘겼으니까요. 이런 지도를 보면 "그럼 거기가 제일 낡은 동네구나" 하고 읽기 쉽죠.

그런데 숫자를 좀 더 들여다보니, 노후도가 높다는 건 '낡았다'기보다 '한 시기에 한꺼번에 지었다'에 가까웠어요. 이 글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적어 본 거예요.

현재, 서울 내 새 아파트들도 언젠가는 구축 아파트가 될 것이고, 반대로 노원구도 예전에는 신축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섰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세월이라는 게 우리한테만 야속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숫자로 보면

노후도가 가장 높은 두 구는 아파트 10채 중 7~8채를 1980~90년대에 지었고, 가장 낮은 강동구는 아파트 3채 중 1채가 2020년 이후에 지어졌어요.

구서른 살넘은 집집 중아파트1980~90년대에지은 아파트2020년 이후지은 아파트스무 살 넘은저층 주택
노원구58.3%1위86.9%78.7%3.4%67.5%
도봉구49.1%2위60.1%71.8%1.7%62.9%
종로구37.6%5위34.8%23.5%4.8%84.1%
강동구16.9%25위68.4%20.3%31.2%46.1%
서울 전체29.9%60.7%––60.4%

비율은 모두 2025년 기준이고, '서른 살'은 준공 30년이에요. 아파트 연대 비율은 그 구 전체 아파트 가운데 해당 시기에 지은 비율이에요.

내가 본 것: 노후도는 성적표가 아니라 달력에 가까워요

제가 보기에 노후도는 동네가 얼마나 낡았는지보다, 그 동네 집들이 언제 한꺼번에 지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예요. 세 구를 나란히 놓으면 그게 보여요.

노원구는 '한 세대가 함께 나이 드는' 동네예요. 집의 87%가 아파트이고, 그 아파트의 79%를 1980~90년대에 지었어요. 관리를 안 해서 낡은 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들어선 집들이 함께 서른 살을 넘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노후도가 높다는 건 "살기 힘든 동네"가 아니라 "정비 시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동네"라는 뜻에 가까워요.

강동구의 낮은 숫자는 '원래 새집'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강동구에도 1980~90년대 아파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3채 중 1채가 2020년 이후에 지어졌어요. 오래된 단지가 한꺼번에 새로 지어지면 노후도는 뚝 떨어져요. 낮은 숫자는 '최근에 한 번 새로 고쳐졌다'는 흔적일 수 있어요.

종로구는 다른 종류의 나이를 먹고 있어요. 서른 살 넘은 아파트는 17.5%로 서울 평균보다 낮지만, 단독·다세대 같은 저층 주택은 84%가 스무 살을 넘겼어요. 아파트 단지가 함께 나이 드는 노원과 달리, 오래된 골목과 작은 집들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온 모습이에요. 같은 '노후도 높음'이어도 따져볼 기준이 재건축 연한이 아니라 재개발 노후도인 셈이에요.

서울 전체로는 지금이 '한꺼번에 서른 살이 되는' 구간이에요. 서른 살 넘은 집은 2015년 13.4%에서 2025년 29.9%로 10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늘었어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전반에 많이 지은 집들이 이 10년 동안 차례로 서른 살을 넘겼기 때문이에요. 이 흐름은 집값과 상관없이 달력처럼 정해져 있어서, 지금 20대인 아파트들도 10년 안에 차례로 같은 줄에 서게 돼요.

서른 살 넘은 서울 집 비율, 2015년 13.4% → 2025년 29.9%준공 30년 이상 주택 ÷ 전체 주택 · 서울 25개 자치구 합계

자료: 국가데이터처 주택총조사(서울 데이터 허브)

예전에 살던 동네는 숫자로는 낡았지만, 걸어 보면 마냥 낡아 보이지만은 않던데 말이죠.

이렇게 읽으면 오해예요

이 숫자들로 할 수 없는 말도 분명히 있어요.

맺으며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래요. 노후도는 동네의 '성적표'가 아니라 '달력'이에요. 숫자가 높은 곳은 같은 시기에 지은 집들이 함께 나이 들고 있는 곳이고, 그래서 고치고 다시 짓는 일도 비슷한 때에 몰려오기 쉽죠. 지도를 볼 때 '어디가 낡았나'보다 '어느 동네 집들이 같은 나이인가'를 보면 훨씬 많은 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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